델몬트 파산 무슨 일일까?

139년 동안 사람들 냉장고에 자리 잡았던 델몬트 오렌지 주스 병을 기억하시나요? 그 주스를 만들던 미국 회사 델몬트 푸즈가 2025년 7월 1일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어서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델몬트 파산 무슨 일일까요?


갑자기 왜 이렇게 됐을까요?

코로나19 때문에 시작된 문제입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2021년, 사람들이 집에서 음식을 많이 해먹게 되면서 통조림 음식의 인기가 급상승했습니다. 왜냐하면 통조림은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요리하기도 쉽기 때문이죠. 이를 본 델몬트 회사는 “와! 통조림이 잘 팔리네!” 하면서 공장을 풀가동해 엄청난 양의 통조림을 만들었습니다.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이 다시 밖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건강한 음식을 먹자”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방부제가 들어간 통조림보다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선호하게 된 것이죠. 결국 창고에 팔리지 않은 통조림이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이 재고들을 보관하는 데 드는 비용과 할인 판매 비용이 회사를 압박했고, 여기에 연간 1억 2,500만 달러(약 1,700억 원)의 높은 이자 비용까지 더해져 회사가 견디기 어려워졌습니다.


파산보호 신청이 뭔가요?

“파산보호 신청”이라고 하면 “회사가 문을 닫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를 “챕터 11″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서 “법원이 도와주는 가운데 회사를 다시 정상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델몬트는 이 과정에서 9억 1,250만 달러(약 1조 2,400억 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했고, 이 돈으로 파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평상시처럼 회사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최종 목표는 회사 전체를 새로운 주인에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새 주인이 나타나면 델몬트는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국내 영향은?

좋은 소식은 한국에서는 델몬트 제품을 계속 만나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파산은 오직 미국에 있는 델몬트 회사에만 해당됩니다. 한국에서는 “한국델몬트후레쉬프로듀스”라는 별도의 회사가 1992년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미국 본사의 파산과는 상관없이 평소처럼 사업을 계속합니다.

한국의 델몬트 주스는 여전히 강력합니다. 롯데칠성음료가 만드는 델몬트 주스는 2025년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에서 27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여전히 “주스하면 델몬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죠.

추억의 델몬트 유리병도 계속 만나볼 수 있습니다. 1980~1990년대 냉장고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그 유리병이 미니 버전으로 다시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주스를 다 마신 후 보리차를 담아 마시던 그 추억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것이죠.


델몬트 브랜드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델몬트라는 브랜드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1989년에 전 세계 델몬트 사업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졌습니다. 지금 파산한 “델몬트 푸즈”는 미국과 남미 지역 통조림 사업만 담당하고, “후레쉬 델몬트”는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신선한 과일을 판매합니다.

한국에서 파인애플과 바나나를 파는 “한국델몬트후레쉬프로듀스”는 이 “후레쉬 델몬트” 계열이라서, 미국 통조림 회사의 파산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같은 “델몬트”라는 이름을 쓰지만 실제로는 다른 회사들이 각각 다른 지역에서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델몬트 파산은 오랜 전통을 가진 브랜드가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 방부제가 들어간 통조림 음식보다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찾게 된 것이죠. 이런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델몬트라는 브랜드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운영되는 다른 델몬트 회사들은 여전히 건강하게 사업을 이어가고 있고, 특히 신선한 과일을 파는 사업은 오히려 잘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델몬트 제품들을 계속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는 더 건강하고 트렌드에 맞는 제품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139년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새로운 시대에 맞춰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