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가득히 (1960) – 악인은 그 스스로 무너집니다

“알랭 들롱의 얼굴이 개연성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화사상 가장 매혹적인 스릴러로 꼽히는 1960년 작 <태양은 가득히>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죠.


1. 멸시받던 청년, 친구의 삶을 탐하다

가난한 청년 톰 리플리(알랭 들롱)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방탕한 부잣집 아들인 필립을 데려오라는 필립 아버지의 의뢰를 받고 이탈리아로 옵니다. 성공하면 거금 5천 달러를 받기로 했죠.

하지만 필립은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톰을 하인 부리듯 하며 모욕을 주고, 요트 위에서 톰을 구명보트에 태워 질질 끌고 다니며 조롱합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친구의 연인 마르쥬와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필립을 보며, 톰의 마음속엔 열등감과 함께 무서운 살의가 싹트기 시작합니다.


2. 완전 범죄의 시작

필립이 마르쥬와 다투고 그녀를 배에서 내리게 한 뒤, 둘만 남게 된 요트 위. 톰은 치밀하게 계획했던 살인을 저지릅니다. 필립을 칼로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방수천으로 감싸고 닻을 매달아 바다 깊은 곳에 수장시킵니다.

이제 톰은 필립이 됩니다. 필립의 여권을 위조하고, 수없이 연습한 필립의 서명으로 예금을 인출합니다. 필립의 옷을 입고, 그의 말투를 흉내 내며 상류층의 삶을 만끽합니다. 마르쥬에게는 필립이 잠시 떠난 것처럼 편지를 조작하여 그녀의 의심을 피해 갑니다.


3. 꼬리를 무는 거짓말과 두 번째 살인

하지만 필립의 친구인 프레디가 톰을 찾아오면서 위기가 닥칩니다. 호텔에 머무는 톰의 행동에서 수상함을 느낀 프레디가 필립의 실종을 의심하자, 톰은 주저 없이 묵직한 조각상으로 그를 내리쳐 살해합니다.

톰은 프레디의 시신을 유기하고,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다시 본래의 톰 리플리로 돌아오는 등 천재적인 임기응변을 발휘합니다. 심지어 필립이 죄책감에 자살한 것처럼 유서를 꾸며 경찰과 마르쥬를 완벽하게 속여 넘깁니다.


4. 태양 아래 드러난 진실 (결말)

모든 것이 톰의 계획대로 흘러갔습니다. 필립의 재산을 챙겼고, 홀로 남은 마르쥬의 마음까지 얻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톰은 마르쥬와 함께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야”라고 읊조립니다.

그러나 파멸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옵니다. 필립의 요트를 처분하기 위해 배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스크류에 엉겨 붙어 있던 필립의 부패한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바다 깊이 가라앉은 줄 알았던 닻줄이 스크류에 걸려 시신이 배 밑바닥에 계속 매달려 있었던 것이죠.

경찰이 톰을 찾고, 해변의 카페 직원이 톰에게 전화를 바꿔주러 갑니다. 자신의 운명을 모른 채, 환한 태양 아래서 미소 짓는 톰의 클로즈업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 사람들이 ‘태양은 가득히’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것 3가지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물을 넘어 미장센과 비교 분석의 재미가 있습니다.

Q1. 영화 제목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의 의미는?

원제 ‘Plein Soleil’는 ‘작열하는 태양’ 혹은 ‘대낮’을 뜻합니다. 이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톰의 범죄는 어두운 밤이 아닌 눈부시게 밝은 태양 아래서 이루어집니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승리에 도취해 있을 때, 그 태양 아래서 범죄가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는 ‘빛 아래 숨길 수 없는 죄악’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Q2.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와 결말이 다른가요?

네,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1999년 작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는 원작 소설의 엔딩을 따라갑니다. 맷 데이먼이 연기한 리플리는 범죄가 발각되지 않고 완전 범죄에 성공하며 끝납니다(물론 평생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 형벌을 받지만요). 반면, 알랭 들롱의 <태양은 가득히>는 권선징악적 요소를 넣어 파멸하는 결말로 각색되었습니다.


Q3. 알랭 들롱이 실제로 사인을 연습했나요?

영화 속에서 톰이 환등기에 필립의 여권을 띄워놓고 서명을 맹렬히 연습하는 장면은 영화사적인 명장면입니다. 알랭 들롱은 이 장면을 위해 실제로 수백 번 이상 서명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그가 보여준 불안하면서도 욕망에 찬 눈빛 연기는 ‘나쁜 남자’의 원형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