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로 채권을 사시나요? “주식 100%가 더 안전하다”는 최신 연구 결과

최근 “은퇴 후에도 채권은 필요 없다. 죽을 때까지 주식 100%를 들고 가는 게 수학적으로 가장 안전하다“라는 논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Beyond the Status Quo>논문의 핵심 내용과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가 이걸 어떻게 적용할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은퇴 준비, TDF 정답일까? “채권 다 팔고 주식 100% 해라”

1. 유튜브 찌라시 아니냐고요?

먼저, 출처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주식 몰빵해라”라는 말만 들으면 무책임한 유튜버의 어그로성 발언처럼 들리기 딱 좋으니까요.

하지만 이 내용은 꽤 묵직합니다. 애리조나 대학의 스콧 세더버그(Scott Cederburg)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로, 2025년 전미경제학회(AEA) 발표 주제로 선정된 것은 물론, 캐나다의 권위 있는 연금 연구 기관인 ICPM에서 2025년 리서치 어워드까지 수상한 검증된 논문입니다.

이 연구진은 선진국 38개국의 100년 치가 넘는 방대한 데이터를 긁어모았습니다. 그리고 ‘블록 부트스트랩’이라는 시뮬레이션 기법을 통해, 실제 시장의 폭락과 회복 패턴까지 반영하여 수백만 번의 은퇴 시나리오를 돌려봤죠. 그 결과가 우리의 상식을 배신한 겁니다.


2. 우리가 믿었던 ‘안전한 투자’의 배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뮬레이션 결과 ‘주식 100% 포트폴리오’가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었던 ‘주식 60 : 채권 40’ 전략이나 ‘TDF’보다 훨씬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숫자로 보면 좀 더 명확해지는데요. 동일한 수준의 은퇴 생활을 누리기 위해 젊을 때 소득의 몇 퍼센트를 저축해야 하는지 계산해 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 주식 100% 전략: 소득의 10%만 저축하면 충분함
  • 주식 60 : 채권 40 전략: 소득의 19.3%를 저축해야 함
  • TDF (타겟 데이트 펀드): 소득의 16.1%를 저축해야 함

차이가 꽤 크죠? 주식을 덜 갖고 있는 대가로, 평생 2배 가까이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파산 확률’, 즉 은퇴 후에 돈이 바닥날 확률도 주식 100% 쪽이 더 낮았습니다. 채권은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해 내 돈의 ‘실질 구매력’을 갉아먹는 위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논문의 핵심 지적입니다.


3. “그럼 미국 주식(S&P 500)만 사면 되나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아, 역시 미국 주식이 답이구나. S&P 500에 전 재산 넣어야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만요. 논문의 결론은 조금 다릅니다.

연구진은 ‘미국 주식 몰빵’ 역시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지난 100년간 미국이 압도적으로 성장한 건 맞지만, 앞으로의 100년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죠. 이걸 통계학에서는 ‘생존 편향’이라고 합니다.

논문이 제시한 수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비율은 이렇습니다.

[최적의 포트폴리오 비율]

  • 자국 주식 (Home): 35%
  • 해외 주식 (International): 65%
  • 채권: 0%

한국인인 우리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한국 주식 35%에 전 세계(미국 포함) 주식 65%를 섞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겁니다.

“한국 주식은 박스피라 싫은데요?”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에서 원화(KRW)를 쓰고 사는 이상, 환율 변동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비율의 자국 자산은 필요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미국이 휘청거릴 때를 대비한 보험인 셈이죠.


4.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실전 가이드)

자, 이제 이론은 이해했으니 실전으로 들어가 보죠. 이 논문의 전략을 내 계좌에 적용하려면 어떤 종목을 사야 할까요? 투자 성향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미국 계좌(직투)를 쓰신다면: ‘VT’ 하나로 끝

가장 깔끔한 방법입니다. 전 세계 주식 시장을 시가총액 비중대로 다 담아놓은 Vanguard Total World Stock (티커: VT) ETF를 매수하는 겁니다.

이거 하나만 사면 미국, 유럽, 신흥국, 아시아 시장을 한 번에 다 살 수 있습니다. 논문이 말하는 ‘글로벌 분산’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는 방법이죠.


2) 연금저축/IRP 계좌를 쓰신다면: 35 대 65

절세 혜택을 위해 국내 계좌를 쓰시는 분들은 국내 상장 ETF를 조합해야 합니다.

  • 한국 주식 (35%): KODEX 200 또는 TIGER 200 (코스피 200 추종)
  • 해외 주식 (65%): TIGER 미국S&P500 + ACE 미국나스닥100

현실적으로 국내 상장 ETF 중엔 ‘전 세계’를 커버하는 상품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해외 비중은 미국 지수 ETF로 채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문의 의도를 100% 따르긴 어렵지만, ‘자국 35 : 해외 65’라는 큰 틀의 비율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전략이 됩니다.


5. 글을 마치며: 결국은 ‘멘탈’ 싸움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당장 채권을 다 팔고 주식 100%로 갈아타고 싶으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수학적인 정답이 심리적인 정답은 아닙니다.

주식 100% 포트폴리오는 필연적으로 자산이 반토막(-50%) 나는 시기를 겪습니다. 은퇴 자금 5억 원이 순식간에 2억 5천만 원이 되는 공포를, 과연 우리가 맨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요? 대부분은 바닥에서 공포에 질려 다 팔아버리고, 결과적으로 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채권은 ‘수익을 내는 도구’가 아니라, ‘밤에 발 뻗고 자기 위한 수면제 비용’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제 제안은 이렇습니다.

아직 젊고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 굳이 채권이나 TDF 비중을 높게 가져갈 필요는 없습니다. 논문대로 주식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려보세요. 하지만 은퇴가 코앞이거나 작은 변동성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성격이라면? 수학적 이익을 좀 포기하더라도 채권을 섞으세요.

결국 가장 좋은 투자는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투자’니까요.